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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진보를 공부하다. (머리 까만 미국인의 나라를 공부하다.)

+ 진보에 대한 책을 읽다.

나는 나 하나 사는 것만으로도 벅차다는 생각에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다만 보수와 진보간에 지독하게 싸우는구나~ 라며 우리나라의 분열에 크게 혀를 찼다. 나는 방관자였다.

진보와 보수로 비롯되는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대선을 전후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공방전을 보면서부터 시작됐다. 나는 진보와 보수의 대립이 우리나라 사회 현상을 깊숙하게 관통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진보와 보수의 참 뜻이 뭔지, 무엇이 잘못 됐는지, 누가 옳은지 알고 싶었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개의 현실' 이란 책은 그렇게 읽기 시작됐다.


+ 진보와 보수의 진짜 의미가 무엇일까

우리나라 사회에서 흔히 말하는 진보와 보수의 정책 대립으로 볼 때 나는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는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보수적이었고, 국가보안법 철폐와 균형 복지 발전 정책등은 진보적인 입장이었다.

최소한 우리나라는 미국의 힘에 좌지우지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친미 정책은 억울 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 군 시절(공군) 미국 없이는 제대로 돌아가기 힘든 핵심 무기 체계를 보며 우리나라가 미국에 지독하게 의존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적이 있었다.

이런 기본적인 입장에서 나는 진보와 보수의 참뜻이 먼저 궁금했다. 일단 내가 알고 있는 진보와 보수의 사전적인 뜻은,

진보 : 나라 정책에 개혁적인 성향을 가짐
보수 : 전통적인 것을 그대로 지키는 것을 추구함

으로 알고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는 저 뜻만으로는 포함시킬 수 없다는 것이 느껴졌다.

추구하는 방향은 틀리다고 해도 국익 측면에서 공통점을 찾을수도 있지 않은가? 그런데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의 공통점은 어디에도 없어 보인다. 저 사전적인 정의 외의 다른 무엇이 진보와 보수의 정의를 덧씌우고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보니 답이 제대로 나왔다. 책을 통해 사전적인 진보와 보수의 정의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우리나라의 진보와 보수의 정의에 대하여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진보와 보수의 실체적인 정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팔은 안으로 굽는 이익 우선 주의’가 덧씌워 졌음을 알 수 있었다.

우파적 패러다임은 국가의 이해(실제론 지배계급의 이해)를 기반으로 하지만 좌파적 패러다임은 계급의 이해(인민의 이해)를 기반으로 한다. (P151)

보수는 중간 이상의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태도이고, 진보는 중간 이하의 계급의 이해를 대변하는 태도이다. (책내용)

책에서 말하는 진짜 진보와 보수의 뜻은 진보는 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이고 보수는 부자의 뜻을 대변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서민인 나는 진보를 해야 되는구나? 그런데 왜 가난한 서민들도 보수의 편을 들지? 우리나라 사회가 뭔가 이상하게 흐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보수의 문제점

1. 보수 기반의 도덕성/정통성 결여와 지독한 사대의식

대한민국은 친일 관료들을 대부분 그대로 이용하여 미국이 세운 나라라고 한다. 상해 임시 정부의 자주 의식과 정통성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의 혜택을 입은 지배 계급은 미국에게 지독한 사대의식을 보인다고 한다.

대한민국은 근본적으로 식민지 시대의 한국인 관료를 이용해서 미국이 만든 겁니다. 이 나라 자체가 미국이 만든건데.. (P21)

우리나라 극우파들은 너무 재미있어요. 자기 민족에 대한 자긍심이 굉장히 적잖아요. 사대적인 극우가 어디있습니까. 유럽의 극우들을 보면 자긍심이 대단하잖아요. 우리나라 극우들은 철저한 기득권과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놈들이에요. (P146)

2. 오로지 기득권만 추구

보수의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 보수 나름대로 전통적인 가치를 추구하여 나라에 도움되는 길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보수는 지독하게 자기 기득권만 추구한다고 한다.

보수는 보수해야할 가치가 전제되는 것이고, 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당인히 민족인데요. 그런데 한국의 보수에는 그게 없다는 거죠. 보수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 그야말로 지금까지 누려왔던 기득권 밖에는 없는 겁니다. (책내용)

국익이란 실은 지배계급의 이익의 거짓 표현일 뿐이다. (P151)

FTA만 해도 모든 한국인들에게 다 나쁜건 아니거든요. 어떤 계급엔 좋고 어떤 계급엔 나쁜 것이요. 국익이라는 것은 없고 계급의 이익이 있는 겁니다. (책내용)


+ 진보의 문제점


1. 교육 등의 핵심 분야에 보수 계층이 장악

우리나라의 주도권을 보수 계층이 장악하다 보니(심지어 종교마저도..) 시민들이 자기 형편에 맞는 제대로 된 사상공부를 못하고 있다. 그래서 ‘소 부르주아’ 라는 보수의 충실한 노복이 생겨나는 것 같다.

대학교수들은 잘 아시겠지만, 대체로 교수 자격증이라는 것이 미국 박사학위증인데, 특히 사회과학이라든가 경제분야는 더욱 강력한 힘을 발휘하죠. 미국 유학까지 갔다 와서 대학에 들어올 만큼 네트워크 자본과 재정적인 자본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대한민국에서는 신자유주의로 혜택을 받는 계층에 속할 확률이 높거든요. (P33)

민국의 신자유주의적인 학풍과의 관계야말로 자신의 문화적인 자신이다 보니까 그것을 과시하는 데 여념이 없는거죠. (P33)

2. 서민 설득의 실패

'1. 교육 등의 핵심 분야에 보수 계층이 장악 하는 문제점'등은 진보가 서민을 위한 정책을 추구하는데도 불구하고 서민이 진보를 싫어하는 이유가 되고 있다. 진보는 서민 설득을 제대로 못 펴고 있다. 민주 노동당의 대선 참패만 봐도 알 수 있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도 알게 모르게 최하층 노동자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물론 그 비참성이야 남미보다는 덜하죠. (P38)

우리나라에 왼쪽 이념이 없는 게 가장 큰 문제죠. (P141)

이러한 소외 계층의 노동자, 하층의 노동자들을 조직화하고 진보가 여러분들한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득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의식을 전수해서 이들과 같이 투쟁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 좌파가 할 일이 아닌가 싶어요. (P38)

3. 서민들의 신분 상승 욕구에 따른 기득권에 대한 충성심, 노예기질 (* 내가 생각하는 핵심 원인)

나를 비롯한 서민들은 대부분 상승 상승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신분 상승을 위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가 있다. 이 점은 나도 새롭게 깨달은 것으로, 아마 나도 신분 상승을 위해서는 기득권에 대한 충성을 보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섬뜩한 생각이 들기도 했다. 사실은 대부분의 서민이 아래의 지적에 해당될 것 같다.

그런데 사람들의 그런 분노가 이런 시스템을 바꿔야 겠다~로 표출되는 것이 아니라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쪽으로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책내용)

울산과학대학의 어머니 같은 청소부들의 파업을 자발적으로 잔인하게 진압한 총학생회의 학생들을 보면, 경제사회적으로는 소부르주아라고 하지 못할 수 있겠지만 그 의식 자체는 대표적인 소부르주아라고 볼 수 있다. (P39)

민주주의 혁명을 거치지 않은 나라의 소부르주아들 같은 경우는 충실한 마름의식이 대단히 강합니다. (P40)


+ 노무현의 딜레마, 진보와 보수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다.

책을 읽으며 많이 혼란스러웠다. 사실은 진보와 보수의 어느 한편에 새로운 이념 집단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노무현이다.

이 책에서 노무현에 대한 좋은글은 단 한문장만 발견 했다.

노무현의 최대 업적은 바로 과거 청산입니다. (P197)

이 문장 외에는 이라크 파병, 한미FTA등의 노무현의 모든 정책에 대하여 악평을 쏟아붓고 있다.

노무현은 진보 진영을 파괴하기 위해 보수 집단이 보낸 트로이 목마인가..(여는글)

노무현 대통령이 좌파 내지는 진보로 인식되거나 실제 그렇게 자처하기 때문에 그보다 더 왼쪽에 있는 사람들은 거의 현실감각이 없는 외계인 취급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P28)

노무현 정권은 경제 정책에서 한나라당하고 차이가 없잖아요. 그러니까 허구적이라는 거죠. 사회적 양극화를 심화시켰어요. 노무현 정권은 성공한 거에요. 실패한 것이 아니라 성공했고.. (P275)


+ 광해군의 딜레마

내가 진보와 보수의 대립에서 누가 옳은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답을 찾는 것과 노무현의 딜레마에 대한 비슷한 비유를 광해군과 비교한다.

1.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피폐한 서민을 위해 조선시대에 공물을 쌀로 통일하여 바치게 한 대동법을 실시한다.

대동법은 서민을 위하고 양반들의 기득권에는 피해를 주는 정책이다. 양반들이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고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결국 대동법을 폐지시킨다.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아무리 대의가 중요하다고 해도 자신의 이익보다는 못하는 법이다.

이명박 초기 내각이 부동산 부자등의 특권 내각이라고 한다. 이들이 과연 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 수 있을까. ‘팔은 안으로 굽는법’이고 인간은 기본적으로 나의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어림도 없다는 생각이다.

2. 청나라가 급부상하고 명나라가 망해가는 즈음에 명나라는 조선에 파병을 요청하지만 광해군은 국익을 위해 청나라에 우호적인 입장을 보인다.

사대주의 강한 양반들은 광해군의 실리주의 외교에 강력하게 저항했고 결국 광해군은 폐위된다.

오늘날에 이르러 미국은 당시 청나라와 같이 우리나라를 좌지우지 하는 강대국이다. 노무현의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가 광해군의 당시 입장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그래서 사실은 이라크 파병 만큼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누가 옳은지 쉽게 답을 못 내리겠다. 공부를 더 해야겠다.


+ 진보와 보수 공부 이제 시작이다.

책을 읽다보면 한번 읽고 버리는 책이 있고 두고두고 읽어야 하는 책이 있는데, 이 책이 그렇다. 이 책이 우리나라 사회 현상을 깊숙하고 냉철하게 꼬집은 어려운 글들은 한번 읽어서 파악할 수 없다.

이 책은 박노자, 홍세화, 김규항, 한홍구, 심상정, 진중권, 손석춘님 등의 진보 진영의 인사의 인터뷰를 담은 책인데, 한 권에 다양한 진보 인사들의 날카로운 생각을 읽을 수가 있었다.

이번에는 전체적으로 책의 내용을 음미하는 포스팅을 했지만 각 인사마다의 인터뷰를 다시 제대로 공부하여 인터뷰 마다의 포스팅을 하고, 마지막으로 전체 포스팅을 한번 더 할 예정이다.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나는(우리는) 수구 보수 진영이 잘 포장한 메트릭스에서 현실을 깨닫는 알약을 먹고 제대로 우리 사회를 통찰해 볼 수 있는 안목을 가지는 기회가 될 것이다.


하나의 대한민국, 두 개의 현실 - 10점
지승호 지음, 박노자 외/시대의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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