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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잘 나가는 사촌형의 인생강의

대운하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고, 기름 유출과 화재 사고 때문에 나라가 뒤숭숭한 새해지만 평온하게 일하고 있는 요즘 나는 웃고 있다.

주말을 맞이하는 금요일이라 그런지 오늘은 더 웃고 있다. 이렇게 항상 금요일이면 좋겠지만 어김없이 월요일은 돌아올 것 이다, 지금처럼 웃는날이 있으면 반대의 날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의 날은 다시 반대의 날로 바뀔것이기 때문에 오늘이 즐겁다면 오늘만 생각해야 한다. 오늘은 즐거운 금요일이다.

오늘은 사촌형을 만나기로 했다. 사촌형이 스웨덴으로 취직하여 장기간 떠나기로 했기에 그전에 얼굴이나 보자며 만나기로 했다.

내가 보는 사촌형은 엘리트다. 디자인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는 사촌형은 각종 디자인 대회에 입상하여 잡지에 인터뷰 기사도 실렸고, 외국계 디자인 회사 다니다가, 삼성 애니콜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SK 핸드폰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이번에는 소니 에릭슨에 입사하게 되어 ‘소니 에릭슨 스웨덴 디자인 연구 센터’로 떠나게 됐다고 한다.

사촌형이 다녔던 회사 이름만 들어도 입이 벌어진다. 사촌형과 식사를 하며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보았다. 사촌형은 그쪽(스웨덴) 디자이너의 능력이 뛰어나서 꼭 가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걱정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는데, 나는 모두 행복한 고민 아니냐며 질투 섞인 응답을 했다.

그리고 멋진 삶을 살고 있는 형과, 내가 볼 때 아직 만족스럽지 않은 나를 비교하며 푸념을 늘어놓았다.

사촌형은 곰곰히 듣다가 ‘형’답게 여러가지 조언을 해주었다. 사촌형의 조언은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고리타분한 조언이지만, 사촌형 스스로 많은 고생 끝에 얻은 성과라 그런지 무릎을 딱 치며 나에게 와 닿았다.

사촌형은 인생 계획을 많이 강조했다. 예를 들어 사촌형은 원하는 대학원에 입학을 할 때부터 삼성 입사를 생각하며 장기 계획을 짰다고 한다. 삼성에 입사하자마자 바로 3년 후 계획을 짰다고 한다. 이제 목표 대로 '소니 에릭슨 스웨덴 디자인 센터'로 가게 되는데 가자마자 바로 5년, 10년뒤의 다음 계획을 짤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사촌형은 이 말을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한번 해보자~ 안되면 말고~” 어떻게 보면 끝장~ 정신이 부족한 말 같은데, 곱씹을수록
도전 정신도 담겨 있으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유쾌하게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담긴 느낌을 받았다. 곱씹을수록 멋있는 말이었다.

사촌형의 인생 강의를 몰입하여 듣고 있는데 문득 우리 엄니한테 전화가 온다.

“사촌형 멀리 떠나는데~ 식사는 네가 사라~!”
“넵~! -_-“

사촌형 경사 난 일로 만나서 실컷 얻어먹을려고 했더니 상황이 반대가 됐다. 그러나 사촌형의 구수한 인생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사야지~' 라고 저절로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사촌형이 고마웠던 것은, 내가 이 나이 되도록 별로 이룬게 없다고 하니깐, '네가 잘 몰라서 그런데 너는 이래서 훌륭하고 저래서 대견하고 이렇게 하고 있으니 앞으로도 잘될 것 같고, 이런 것만 좀더 고치면 너는 틀림없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그럴 듯 하게 심어주니 저절로 용기가 나면서 기분이 좋아졌다.

사촌형의 인생강의가 끝나고 아쉬운 인사를 나눴다. 앞으로 사촌형을 몇 년동안 못볼 것 같다. 그래도 좋은일로 가니 즐거웠고, 유익한 조언 들어서 뿌듯했다.

“한번 해보자~ 안되면 말고~” 특히 나에게 필요한 유머감각 넘치는 다짐 이었다. 그리고 사촌형이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모인 스웨덴 디자인 센터에서도 최고가 되길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