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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게 쓰기/연습장

웨스트 게이트 파크를 읽고 (한편의 일본 애니메이션)

마시마 마코토라는 일본 주인공 이름부터 낯설었다. 일본 이름들은 내 머릿속에 좀처럼 이름으로 인식되지 않아서 답답했다. 이런 답답함속에 읽어가는데 문득 낯설음 속에 익숙함이 느껴졌고 익숙함속에 점점 내용이 술술 들어왔다. 그 익숙함이 무엇인가 했더니 바로 '일본 애니메이션' 이었다.

책의 진행이 마치 한편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것 같았다. 빠르면서도 묵직한 무엇인가가 느껴지는 세련된 음악, 화려하면서도 섬세한 배경 화면, 일본 만화풍의 꽃미남/꽃미녀가 떠오르는 주인공들, 한마디로 세련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새롭게 느낀 것은 그 '세련됨'에 폭력등의 선정적인 요소가 반드시 들어가야만 더 세련되게 느껴질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들은 모두 10대지만 하는 행동은 몹시 폭력적이고 선정적이다. 그런데 이런 요소들 때문에 오히려 세련됨을 강하게 느낄수도 있다는 사실이 새롭게 와닿았다.

세련됨에는 '스피드 하다'라는 요소도 포함될 것이다. 이 소설의 문장은 '스피드' 하게 진행되어 더욱 세련되게 느껴졌다. 주인공의 스피드한 독백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보는 주인공들의 독백과 똑같았다. 주인공의 짧은 문장으로 연결된 독백, 날카롭고 멋있었다.

마시마 마코토는 거친 3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웨스트 게이트 파크라는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살고 있는 청소년인데, 주변의 거친환경이 그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다. 웨스트 게이트 파크라는 거친 동네는 마코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를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사건의 중심으로 몰아간다. 그러나 그 폭력적인 요소들을 마코토는 재치있게, 때로는 자신도 폭력적으로 해결해 간다.

근친ㅁㅁ으로 비롯된 살인과 ㅁㅁ교제, 거리의 패싸움, 야쿠자 딸의 납치 등의 거들떠도 보기싫은 밑바닥 사건들을 마코토는 발랄한 재치로 해결해가면서, 마지막에는 패싸움의 뿌리 근절에 성공하여 결국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 평화를 가져다 준다. 나는 10대 청소년인 마코토가 눈앞의 사건보다 사건의 뿌리를 생각하며 진득하게 해결할려는 자세에 감명받기도 하였다.

한편의 세련된 일본 애니메이션을 본것 같아서, 대신 무언가 얻지는 못할것 같았는데, 묵직한 자기계발서에도 얻기 힘든 귀중한 문장을 하나 얻었다. 마코토가 자랑하는 이 재기넘치는 발랄한 무기를 나도 강화시켜야겠다~ 라고 다짐해 보았다.

“내 무기는 머릿속에 있다. 아무도 그 무기를 볼 수도 없거니와 꺼낼 수도 없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황금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