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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브온21님 개발자 모임 참석 후기 (저도 웃었습니다.)

+ 무브온21(커서)님 주최 개발자 모임에 참석하다.
내가 무브온21(커서)님 주최 개발자 모임에 나간 이유는 개발자 환경을 어떻하든 개선해야겠다는 정의감에 불타올라서까지는 아니었다.

만사 귀찮아하는 내가 참석을 한 이유는 무브온21(커서)님이 며칠 앓던 버그를 한번에 해결해주는 선배처럼 눈물나게 고마웠기 때문이다.

우리 개발자들이 불만만 가득 쌓고 그것을 외부에 터트리지 못했던 것을 개발자가 아닌 무브온21(커서)님이 크게 터트려 주었다.

우리가 못했던것을 다른 직종의 무브온21(커서)님이 터트려 준것이다. 나는 이것이 신기하면서 고마웠다. 더구나 다른 직종의 그분이 직접 개발자 환경 개선을 위한 오프라인 모임까지 주도한다고 하니 본업이 개발자인 내가 어떻게 빠질수가 있는가.

강남역으로 가는길은 조용한 전철안처럼 심드렁하면서도, 토론형식의 모임이라 어떤말을 해야될지 미리 생각하느라 긴장되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 모인 개발자/관계자 들끼리 소개를 하다.
무브온21(커서)님이 반겨주셨다. 블로그 필명이 산골소년이라고 하니 반가워 해주셨다. 나도 반가웠던 것은 무브온21(커서)님이 이웃집 아저씨, 편안한 선생님 처럼 인상이 평온하고 친근감이 갔다는 것이다. 덕분에 긴장이 줄어들었다.

약17명이 오신 18시40분경 자기소개를 하면서 모임이 시작됐다. 나는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저는 금융IT 경력 3년6개월된 개발자입니다. 저는 한회사에만 3년 있었지만 소속만 3번 바뀐 파견직원의 특이한(좋지 않은) 경력을 가지고 있고, 흔히 말하는 개발자로서의 고생은 작년에 주로 해봤고 지금은 마음에 맞는 분들하고 일하고 있는데 아직 본격적인 일을 시작하지 않아서 힘들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그외 오신분들은 다음과 같다.
- 모임을 거의 주도하신 17년 경력의 그야말로 포스와 개발자로서의 지혜가 가득 느껴지는 카리스마 개발자
- 개발자로서의 자부심과 열정이 넘치는 말을 엄청 잘하시는 열혈 개발자
- 웃으면서 차분하게 말씀하셨던 고참 개발자2
- 당당함이 느껴졌던 5년 경력의 여성 개발자
- 금융IT 쪽에서 일하셨다는 금융IT 개발자
- 1년간 프로젝트 경력이 있다는 대학원생 개발자
- 서로 말하지 않고 참석했는데 알고보니 카리스마 개발자와 안면이 있는 중급 개발자, IT바닥은 좁다.
- 2년차 초급 개발자
- 선배들의 얘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는 대학생 3명
- IT노조연맹의 목소리가 멋진 카리스마 위원장
- 나는 적기만 하는 초급 개발자
- 류한석 소장님
- 프레시안 기자님
- KBS 세상의 아침 PD

+ 토론을 시작하다. 그런데 개발자들이 원래 말을 기가막히게 잘했나
카리스마 개발자의 포문으로 토론이 시작되었는데 그분의 말씀은 입으로는 탄성을, 목은 끄덕끄덕 하게 만드는 대단한 힘이 있었다.

손이 닿지 않은 깊숙한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긁어주는 깔끔한 논리전개에 감탄했다. 그분의 바턴을 이어받은 분은 열혈 개발자 였다. 공분에 찬 상기된 목소리로 하수구 찌꺼기 같은 IT현실을 조목조목 얘기하는데 나는 그야말로 소주 한잔 마시고 캬~ 하는 그런 시원함을 느꼈다

여성 개발자는 당당함이 느껴졌는데 야근 때문에 1년 이상을 몸져 누웠고, 앞으로 얼마 이상만 일하고 다시는 이쪽일을 하지 않는다고 다짐하였다. 그 안타까운 진심이 구석구석 전달되는듯 했다.

그외 류한석 소장님, IT노조연맹 위원장님, 금융IT 개발자 분들의 시원시원한 논리 전개로 무려 4시간이 넘게 열정적인 분위기가 지속되었다.

그속에 나는 주로 적기만 했다. 나도 준비해간 말좀 하고 싶었는데 끼어들 틈이 없었다. 나는 말을 잘 못하는 좋게 말해 순박한 개발자 스타일이라 적기만 했는데 적으면서 계속 이런 생각을 했다.

'개발자들이 말을 이렇게 잘할수가~!' 새로운 감동이었다.

+ 토론의 주요 내용들은 다음과 같다.
토론 막바지에 카리스마 개발자가 오늘 주제는 크게 야근과 개발자 자신의 기술 축적의 문제라고 정리해주신것에 감안하여 '개발자의 기술 축적' 과 '야근'의 두가지로 분류하여 적은 내용을 쓴다.

1. 개발자의 기술 축적의 문제

주요 대기업 산하 대형 갑들이 리더로서의 갑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갑이 기술적인 노하우를 바탕으로한 힘으로 을, 병을 주도적으로 리더해야 하지만 갑은 전혀 선도적인 역할을 못하고 있다. 대신 갑이 쌓은 노하우라곤 오로지 최대한 야근을 많이 시키고 급여는 최하로 줘서 을, 병을 바짝 조이는 노하우만 발달했다. 그래서 기술축적을 통한 선도적인 기술 리더로서의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을과 병을 조이는 노하우는 특히 장시간의 비효율적인 회의를 통해 이루어진다. 갑은 장시간의 회의를 통해 자신이 일을 하고 있다는 뿌듯함의 착각을 느끼고 있으며, 비효율적인 회의에 참석한 을,병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기 위해 또다시 야근을 하고 있다.

외국은 말이 아닌 상세한 문서를 통해 언제 어떻게 일을 마무리 하라고 지시를 내리며 문서를 통해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하는지 PM이 확실하게 알기 때문에, 비용의 누수가 없고 재촉도 없다. 다만 일을 완수하지 못하면 몇번의 경고 끝에 가차없이 자른다. 그러나 우리나라 PM은 누가 뭘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노하우의 문제, 외국은 개발자나 부서가 대개 하나의 전문적인 일을 하여 그분야의 노하우를 전문적으로 쌓아가는 전문가 시스템이 구축되어있다.

우리나라 개발자는 프로젝트마다 전혀 다른 기술을 무조건 수행하길 강요받기 때문에 처음부터 다시 생소한 기술 개발에 매달려야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프로젝트가 3달 걸릴 일정이라고 했을때, 전문가 집단이라면 그 분야의 이미 갖추어진 라이브러리와 노하우를 가지고 3일이면 끝낼것을, 처음 시작하는 개발자 집단은 생소한 분야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일을 해야 되기 때문에 당연히 3달이상 걸리고 매일 야근 해야하는 비효율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갑은 절대 똑같은일 시키지 않는다.

개발은 노동이 아니고 연구/개발이다. 프로젝트 기간에 연구기간과 개발기간이 더해져 있어야 한다. 만약 전문가 집단이 자신의 분야에 개발하면 연구 개발기간 거의 없이 단박에 개발할수 있으나, 우리나라는 개발자들이 생소한 분야로만 돌고 돌면서 연구 기간만 비효율적으로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고급 기술자가 설계만 하고 떠난다. 흔히 '종이장수' 라는 엉터리 기술자가 그럴듯한 용어를 남발한 몇백쪽 분야의 설계를 끝나고 바로 떠나면 초,중급 개발자는 종이장수의 설계서를 보며 끙끙 앓다가 그냥 자기 나름대로 겨우 개발해 버린다.

개발은 노동이 아니라 연구개발인데 기술적 영감이 있어야 효과적인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그럴려면 시간의 여유가 있을때 해야되는데 그러나 나는 야근하면서 졸다가 해결하기도 했다.

갑은 할당된 돈에 일당을 맞추지, 개발자 인원에 따른 일당에 돈을 맞추지 않는다.

기타 무수한 갑의 횡포, 을과 병이 만든 소스를 자신의 재산이라며 가져가는데...(더이상은 기사 잘릴까봐 올리지 못하겠습니다.)

2. 숨막히는 야근 문제

개발자가 한달에 2~300 받아도 시간당으로 평균내어보면 한달에 100만원도 못번다.

야근이 없어야 개발자들이 효율적으로 일할수 있다.

야근이 없어야 개발자들이 개발에 꼭 필요한 연구(공부)를 할 수 있다.

야근 수당에 관하여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생략...

잠깐 문제의 본질을 생각해야 한다. 개발자들이 보통 프로그래밍을 좋아하기 때문에 필요하면 야근도 기꺼이 할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개발자들이 진짜 걱정하는것은 야근을 해도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그 희망은 개발자 자신의 기술축적을 통한 미래가 없다는 것)

여성 개발자 말하길, '나도 내 친구들도 개발자 남자친구가 제일 싫다. 한달에 한두번 겨우 약속을 잡아도 야근 때문에 펑크내기 쉬운데, 누가 사귀고 싶어하겠는가'

여성 개발자 말하길, 임신한 여성 개발자는 무리한 일정과 야근으로 유산하는 경우가 많다.


3. 기타

기타 IT연맹에서 정부의 움직임을 촉구하고 있고 정부는 나름대로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것들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자세한 내용 생략)

정부 조달방법부터 혁신이 이루어진다면 전분야에 걸쳐 서서히 개선이 이루어질수도 있다. (여기서 공감)

IT노조연맹의 대책 우리는 계속 이슈화에 노력, 무브온21과 IT연맹 백그라운드 지원, 온라인 노조 개념의 새로운 노조 창설

내가 제일 와닿았던 말
지금 우리나라 IT의 근본적 문제는 야근 때문보다는 아무리 야근을 해도 개발자 자신이 기술축적을 통한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 나도 다음과 같이 말해 보았다.
열띤 토론 막바지에 나도 겨우 다음과 같이 의견을 내보았다.

“우리가 할수 있는 일은 제가 볼때 이것 하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지금 현실을 최대한 이슈화 시켜서, 정부에게 심각성을 인식하게 만들어 정부주도의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것 뿐입니다.

왜냐면 우리가 병생활을 해봤을때 을의 횡포에 이를 갈면서, 우리가 을이 되면 절대 저들처럼 하지말고 칼퇴근도 하면서 재밌게 해보자 라고 했는데 우리가 을이 되니 똑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라고 보게 되었으며, 형식적이더라도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서 시스템을 뜯어고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동의하시면 무브온21(커서)님과 It산업노동조합연맹에서 주도하는 사이트에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랍니다.

+ KBS 세상의 아침 목요일 7시에 나올 인터뷰에(편집될지도 모름) 나도 참여하였다.
내가 이 모임에 참석하여 가장 좋았던 것은 개발자 환경에 좌절하고 포기하기 보다는 어떻하든 노력하여 고쳐보고자 하는 훌륭한 선배들을 많이 보았다는 것에 있다. PD님이 각자 한마디씩 하기를 권유하길래 나는 다음과 같이 말을 하였다. 이 말을 쓰면서 이 기사의 마무리로 대신한다.

“개발자처럼 자기가 하는일(프로그래밍)이 진짜 좋아서 하는 사람들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만두는 이유가 프로그래밍 자체에 회의를 느껴서가 아니고 주변의 열악한 환경때문에 어쩔수 없이 그만둬야 된다는 사실이 정말 말이 안되고 너무도 안타깝습니다. 저는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 개발자로서 평생 일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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