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짧게 쓰기/리뷰

여행의 기술 (섬세한 여행일지)

+ 글이 써지는대로 감상하기
만사 움직이기 귀찮아하는 나에게 여행은 관심 없는 TV드라마처럼 멀게만 느껴졌다. 그랬던 나도 갑자기 여행의 감동을 느낄수가 있었으니 혼자서, 배타고, 멀리, 제주도에 내려가 3박4일 자전거 하이킹 하고 하루는 한라산 등정한 때였는데, 그때의 감동과 충격은 당시동안 살면서 좁게 박혔던 세상을 보는 눈을 송두리째 뒤집어 엎고, 바다처럼 넓게 퍼트려주었다.

우리나라 여행만 해도 이렇게 얻는 즐거움이 큰데, 세계를 여행하면 그 즐거움은 얼마나 클 것인가~ 라며 '여행'이란 '신나는 단어'에 대해 존경을 표시하던 중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고상해 보이는 '알랭 드 보통'이라는 작가 이름과 역시 고상해 보이는 표지는 책만 읽어도 산골소년이 왠지 고풍스러운 유럽 건축물 앞에서 사진을 찍을것만 같다. '여행 에세이' 라는 문구로 봐서 '여행' 이라는 '신나는 단어'에 대해 깊고 세련된 사색과 고찰을 나에게 전달해줄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용기내서 세계로 여행할 동기가 부여될 것 같았다.

여행의 철학적 요소인 출발, 동기, 풍경, 예술, 귀환을 주제로 반 고흐 등의 과거 유명 인사를 안내자 삼아 유명 인사의 삶과 여행을 묘사하면서 자신의 여행 경험과 사색을 덧 붙이는데, 그 문장이 우리가 지나치기 쉬운 일상의 생활, 행동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관찰하고 묘사한다.

그 세밀한 관찰과 섬세한 묘사에 감탄하며 글을 읽었다. 유럽 최고의 문장가 다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섬세하고 예민하다 라는 생각도 들었다. 간결하면서도 폐부를 찌르는 예리한 묘사를 좋아하는 나는, 섬세하지만 예민하게 보이는 문장들이 머나먼 여행 목적지로 가는 따분함 처럼 점점 따분하게 읽히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알랭 드 보통'의 섬세한 문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 책으로부터 기대한 것들을 얻지 못하였다. 그래서 섬세한 문장으로 전달하고자 했던 깊은 뜻을 리뷰로 설명하지 못하고 내 리뷰는 겉돌게 되었다. 밑줄긋기는 앞 페이지는 많이 그었는데 뒤로 갈수록 아무것도 긋지 못하였다.

여행을 떠나면 '알랭 드 보통'의 섬세한 사색 처럼, 처음 보는 아름다운 풍경과 아름다운 사람들을 보면서 유독 여러가지 생각들이 많이 떠오르게 되는 경험을 한다. 그 생각들을 '알랭 드 보통' 처럼 섬세하게 정리하면 '쓸데없는 잡념'이 아니라 '멋진 사색'이 된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래서 나도 다음에 여행을 가면 '쓸데없는 잡념'을 '멋진 사색'으로 바꿔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 심드렁한 나의 마음을 두드리고 나에게 온 문장
[18]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을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준다.

[32] ..착한 괴물이 커다란 잔에 든 물을 조심스럽게 홀짝이는 소리 같았다.

[33] ..그 가운데는 비행기를 타고 오는 동안 얻은 목감기, 어떤 동료한테 내가 휴가를 떠난 것을 알리지 않았다는 걱정, 양쪽 관자놀이를 눌러오는 압박감, 점차 강해지는 화장실에 가고 싶은 욕구 등이 있었다.

[43] ..그러나 나 역시 그냥 집에 눌러앉아 얇은 종이로 만든 브리티시 항공 비행 시간표의 페이지를 천천히 넘기며 상상력의 자극을 받는 것보다 더 나은 여행은 없을지도 모른다고 느낀 적이 몇 번 있었다.

[47] ..엔진 덮개 속에서 클립이 떨어지는 것처럼 딱딱 소리가 났다.

[61] ..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로 올라가는 몇 초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는 시간은 찾아보기 힘들다.

[64] ..새로운 시점은 풍경에 질서와 논리를 부여한다. 도로는 산을 피하기 위해 곡선을 그리고, 강은 호수로 향하는 길을 따르고, 고압선 철탑은 발전소에서 도시로 이어지고, 땅에서 보면 제멋대로인 것 같은 도로들이 잘 짜여진 격자로 드러난다.

[322] ..”나는 보는 것이 그림보다 더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그림을 배우기 위하여 자연을 보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자연을 사랑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라고 가르치겠습니다.”

여행의 기술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이레